암환자가 되면 궁금한 게 많아진다. 내가 걸린 이 암의 생존율이 어떤지, 어떤 치료방법들이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무엇보다 내 병을 치료해 줄 명의가 누구인지 등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물음일 테고, 치료과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느낄 수 있다. 그저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알고 시작한 치료일수록 막연한 두려움과 우울한 감정에서 조금은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두경부암센터에서 만난 황영호씨는 지난해 8월 구강암을 진단받았다. 그는 구강암 중에서도 설암이었다. 진단 직후 황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구강암과 설암에 대한 각종 의료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 서점에 들러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찾아볼수록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황씨는 “구강암이라고 진단받았을 때, 처음 듣는 암이었다. 대장암, 위암 등 하고많은 암 중에 처음 들어보는 구강암이라니, 드물수록 난치병이 아닐까 걱정돼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암정보가 많다고 해도 막상 찾아보면 환자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도움이 되는 정보는 별로 없다. 나처럼 발병률이 낮은 암은 의료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2000년 이전의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발병률 외에 국내 치료현황이나 또 병기별로, 위치별로 예후 등도 알 수 없었다. 사실 구강암 중 설암이었는데 설암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구강암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설명을 해 답답한 마음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황씨처럼 희귀암이란 이유로 의료정보가 부족해 답답한 상황에서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조언에 혹하기 쉽다. 황씨는 “구강암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 신경을 죽이면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민간요법인 줄 알면서도 구강암 환자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도 없고 어디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르게 된다”고 말한다.
희귀암 환자들은 의료정보가 발병률이 높은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에 몰려있다고 하소연한다. 희귀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필요한 의료정보와 조언, 용기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황씨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료정보를 얻기 어려워 소위 말하는 ‘카더라’ 정보에 휩쓸리고 말았다. 암경험자나 똑같은 암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지만 환자수가 적은 암일수록 환우회도 잘 형성돼 있지 않다.
치료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암환자들은 카더라 정보에 마음이 뺏긴다. 이럴수록 인터넷 정보보다는 의료진을 믿어야한다. 황씨도 ‘나을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치료의지가 다시 생겨났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암환자들은 업데이트된 국내외 최신정보나 치료과정을 의학적으로 설명한 자료보다 ‘완치할 수 있다’는 위안이 되는 글귀를 보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암환자들의 중요한 정보원이 되는 병원과 관련 정책부서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의료기술에 대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 역시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만 하기보다는 담당 의사 또는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만나 ‘완치할 수 있냐’ 또는 ‘무엇을 먹어야 하냐’는 식의 두루뭉술한 질문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상업적이라고 의심되는 민간요법에 대해 묻는 등 구체적으로 질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희귀암이라고 암 정보도 희귀해서야
입력 2015-04-2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