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못해 주는 걸 자연과 숲이 해 주는 것을 보고 얼마나 부끄럽고 한없이 작아지던지. 자연은 사람이 못하는 걸 대신해 주고 숲은 환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다정하게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또 환자의 모든 것을 욕심 없이 공유하고 아낌없이 나눠주는 고마운 대상이었습니다.”(조병욱씨)
“산의 배풂을 체험한 우리 가족은 지금도 집 뒤에 산을 두고 삽니다. 무엇보다 행복한 일은 아이들의 병으로 인해 찾게 된 산과 숲, 그 숲에서 나의 일자리까지 얻었다는 것입니다.”(유병남씨)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사람들은 심리적·육체적 치유를 위하여 ‘숲’을 찾는다. 숲은 인간의 몸을 회복시키는 수많은 천연 치료제가 존재하는 곳이다. 숲에는 인간에게 유익한 산소와 피톤치드가 풍부하다. 특히 피톤치드는 천연 항생제로 불리며, 인간의 몸에 있는 독소를 배출하고 항염증 기능을 지니고 있는 물질이다. 최근 아토피, 비염 등 환경성 질환 뿐 아니라 각종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이 악화되자 숲의 중요성이 더욱 더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숲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각 지자체에서도 숲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자투리 공간, 버려진 땅 등을 발굴하여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소규모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1000개의 숲, 1000개의 정원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18년까지 숲 1010곳과 정원 1094곳이 들어선다.
그렇다면 왜 숲을 ‘치유의 공간’이라고 할까. 숲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암환자나 각종 면역질환 환자들이 숲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산림치유는 질병의 치료행위가 아닌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이다.
산림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과 같은 치유인자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피톤치드가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피톤치드는 식물의 ‘Phyton’과 살해자의 ‘Cide’의 합성어로 염증을 완화시키며, 산림 내 공기에 존재하는 휘발성의 피톤치드는 인간의 후각을 자극해 마음의 안정을 유도한다.
산림의 또 다른 치유인자로 음이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키는 음이온은 산림의 호흡작용, 산림 내 토양의 증산작용을 하며, 계곡 또는 폭포 주변과 같은 쾌적한 자연환경에 많은 양이 존재한다.
산림에서 발생되는 소리는 인간을 편안하게 하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음폭을 갖추고 있다. 산림의 소리는 계절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는데, 봄의 산림소리는 안정된 소리의 특징을 보인다.
햇빛도 중요한 치유 기능을 한다. 산림에서는 도시보다 피부암, 백내장과 면역학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차단효과가 뛰어나 오랜 시간 야외활동이 가능하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 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세포의 분화를 돕는 비타민D 합성에 필수적이다.
숲은 심리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산림욕 체험을 하는 사람들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감소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파 ‘알파파’가 증가한다. 또 면역력을 높이는 NK세포가 급증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가족들, 연인,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몸과 마음이 모두 안정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윤형 기자
[암과의 동행] 숲, 생명을 생명답게 이끈다
입력 2015-04-2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