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김영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교수 “항암치료 중 폐암환자는 무조건 잘 먹어야”

입력 2015-04-20 02:04

폐암은 암 중에서 사망률 1위라는 최악의 수식어를 갖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는 이 같은 사실에 절망하기보다 폐암의 종류와 실체부터 정확히 알 것을 조언했다. 똑같은 폐암일지라도 종양이 생긴 위치와 성질에 따라 종류가 나뉘고, 그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폐암의 조기 증상과 검진법=김영철 교수는 폐암 환자들 대부분이 병원을 찾아오기 전, 폐암만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 중 하나가 낫지 않는 기침이다. 또 객담이 많아지거나 각혈이 생기고, 별 운동을 하지 않아도 숨이 쉽게 가빠진다면 폐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꼭 검진을 받아볼 것을 조언했다.

아직까지 폐암을 위한 효과적인 검진방법은 확립돼 있지 않다. 이러한 까닭에 사망률 1위라는 수식어에도 국가암검진 항목에 폐암은 빠져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55세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CT검사를 시행하면 조기폐암을 발견하는데 유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 국립암센터 주관 하에 대한폐암학회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예방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가들이 모여 폐암 조기검진에 대한 근거 중심의 권고안이 개발됐다. 이는 30년 이상 흡연한 자나 과거 흡연한 경험이 있는 55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들에게 저선량 흉부CT검사를 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폐암이라도 성질이 다르다=전체 폐암의 85%는 비소세포암, 15%는 소세포암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폐암은 이 두 가지로만 분류해 치료계획을 세웠지만 발전을 거듭한 현대의학 덕에 비소세포암을 다시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으로 구분해 항암제를 고른다. 김영철 교수는 “선암은 EGFR과 ALK라는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적항암제는 항암화학요법의 일종이지만 기존 항암제와 작용기전이 다르다. 일반 항암제가 몸 안에서 빠르게 자라나는 암세포적 성격을 가진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면, 표적항암제는 변이된 특정유전자를 지닌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폐암 환자에게서 EGFR이나 ALK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한 경우라면 표적항암제가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같은 폐암이라도 특정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암치료만으로 암의 상당부분이 줄어들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폐암 진단받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표적이 없는 환자라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폐암은 암 중에서도 유전자연구, 환자맞춤연구가 활발한 암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표적항암제 EGFR과 ALK 억제제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표적 유전자와 이들에 대한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면역치료제도 기대해볼 만하다. 향후 5∼10년 뒤에는 훨씬 다양한 표적항암제와 면역치료제가 의료현장에 나와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나아가 생존율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암 환자를 위한 식단? “평소 좋아하던 반찬으로 구성할 것”=폐암환자 대부분이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특히 수술이 불가능한 폐암환자는 다양한 항암제 조합을 통해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항암제 하면 떠오른 것이 구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다. 김영철 교수는 “폐암 4기 환자라도 다양한 항암제를 잘 조합해 투여할 경우 5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폐암은 항암화학요법이 잘 듣는 암이다. 그러므로 항암치료 과정에서 겪는 부작용을 반드시 이겨내야 다시 살 수 있는 희망도 느낄 수 있다”며 항암치료를 잘 이겨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를 잘 이겨내는 방법으로 ‘무조건 잘 먹기’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호자가 암환자를 위한 식단에 얽매여 맛없는 음식을 주기보다는 환자가 평소 즐기던 음식으로 식단을 차려 잘 먹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나친 저나트륨과 저지방을 강조한 예방식은 암환자의 체력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식욕저하를 느낀다면 식욕을 촉진하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일단 약을 통해 식욕이 오르면 밥을 잘 먹기 때문에 활기찬 모습이 되찾고 치료의지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