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생활백서] 자녀에 발병 사실 알리기… 한 명씩 불러 부드러운 어조로 전해라

입력 2015-04-20 02:00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족들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부모 중 한 사람이 암 진단을 받은 경우 어린 자녀들은 제일 마지막에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부모의 기분 상태가 왜 크게 달라졌는지, 엄마나 아빠가 왜 침대에 누워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자신은 어째서 예전만큼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민감하며, 어떤 면에서는 생각도 더 많다. 따라서 아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엄마나 아빠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알려주고, 아이들이 생각과 느낌, 궁금증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게 부모의 ‘암 진단’ 사실을 알려주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부모나 가까운 친척이 아이를 한 명씩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 줄 것을 권고한다. 이땐 가장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고, 아이를 껴안는 등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암’이라는 질환에 대한 설명은 자녀의 나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지나친 두려움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암’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피하지는 말아야 한다. 암이 몸의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 위치를 가리키면서 설명하고, 질환의 성격에 대해 완곡하게라도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나름대로 병을 해석해 실제보다 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치료 계획을 알려주고, 그에 따르는 생활의 변화와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변모(예컨대 탈모, 극심한 피로감, 체중 저하 등)도 미리 말해 두어 나중에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들의 질문에 가능한 한 신중하고 정확하게 답하고, 아이가 나이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격려한다. 특히 아이가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걸 표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위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환자를 지지하는 그룹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지 그룹은 대개 환자의 배우자와 친척, 친구, 성직자, 그리고 다른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되며, 환자는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 이런 지지 그룹이나 시스템에 대해 병원 의료진에게 문의해야 한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일에 아이들도 참여시키고, 비록 병이 찾아왔어도 그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음을 인지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부모의 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아이에게 걱정이나 수고를 일절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아이에게 지금부터 집안의 어른 노릇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거나, 형제가 아플 경우 아픈 아이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삼가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슬픔이나 괴로움을 아이 앞에서 굳이 숨기려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부모가 암으로 투병중일 때 아이가 학교에서 좋지 않은 행동을 시작하거나, 일주일 이상 정서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할 때는 의사나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자주 우는 경우, 밤에 자다가 깨어 있는 경우 등이다. 또한 부모나 다른 보호자가 느끼기에 아이가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할 때나, 부모나 가족들이 아이에게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송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