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사망 직전 금품전달 복기한 ‘성완종 비밀장부’ 있다”

입력 2015-04-15 03:13
‘성완종 리스트’의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비밀 장부가 실제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장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과거 행적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최근 작성됐다고 전해졌다. 정치권 금품 전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 장부의 실체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참고인 여럿을 출국금지하고 일부는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일단 금품 전달책이 선명히 드러난 홍준표 경남지사가 수사팀의 우선 조사 대상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데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지만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수사 외적인 요소를 고민할 겨를도,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14일 정치권에서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측근을 대동하고 금품 전달과 관련된 이들을 일일이 만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은 이들을 만나 자신이 전달한 금액 및 전달 방식, 실제 전달 여부 등을 물어 기록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비서 이모(43)씨 등 성 전 회장이 대동한 측근이 문답 내용에 따라 장부에 받아 적는 ‘복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주장은 평소 비밀스러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애썼던 성 전 회장의 습관과 맞아떨어진다. 성 전 회장을 잘 아는 측근에 따르면 그는 비서들의 눈을 피하려 작은 메모지 하나하나도 직접 파쇄했다고 한다. 꼼꼼한 성격인 만큼 민감한 기록을 없애는 데에도 철저했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고 ‘MB맨’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현 정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자신의 금품 로비 내역을 상세히 정리해두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피의자 신분이 된 뒤 전방위적인 구명 활동을 펼쳤지만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이 장부를 복기할 시기 접촉한 인물 중 한 명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사실상 시인한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던 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고, 이때 자신의 지시에 따라 심부름한 사람이 윤씨라고 폭로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윤씨는 “당사자가 알 것”이라고 언급해 홍 지사의 배달사고 해명까지 일축한 상태다.

전달자가 드러난 만큼 ‘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8명 중에는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가장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팀 출범을 결정한 지난 12일 윤씨와 수행비서 이씨 등을 출국금지했다. 수사팀은 오로지 논리와 원칙을 따라 수사해 의혹을 빨리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치권 등에서 특정인을 거명, 수사 대상과 시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것은 결코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이경원 박세환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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