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에 정·관계 인사와 회동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기업의 뭉칫돈 인출 내역과 성 전 회장이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시점, 다이어리에 기록된 그의 동선 등을 비교 분석하면 수사의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통상 책상용 다이어리와 휴대용 다이어리 2개를 갖고 일정 관리를 했다고 한다. 경남기업 측은 1000여쪽 분량의 성 전 회장 다이어리를 특별수사팀에 제출했다. 변호인도 일부를 보관하고 있다.
다이어리에는 ‘금품 메모’에도 등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과 만난 기록들도 담겨 있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와 2012년 10월 23일 낮 12시30분 메리어트호텔 중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총리는 그 이틀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두 사람은 2013년 8월 이후에만 모두 23차례 만났다고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공식 합당한 2012년 11월 16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일식당에서 이병기 당시 여의도연구소 고문과 오찬을 함께했다. 2013년 3월에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홍문종 의원과 기독교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성 전 회장은 야당 인사들과도 교류가 잦았다. 2012년 6월 15일 충청권 명사 모임인 ‘백소회’가 주최한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 당선 축하 모임에 참석했다. 김한길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는 같은 해 10월 4일, 2013년 4월 27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조석 지식경제부 차관(2012년 9월),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2013년 6월) 등 공기업 사장과의 면담 일정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과거 일정이 꼼꼼히 적힌 다이어리가 나오면서 수사가 금품 메모 밖의 정치권 인사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이지만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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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5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