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측근이 말하는 성완종 “돈 관련한 기록 평소에는 안 남겨”

입력 2015-04-15 02:51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이후 돈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아 왔다고 한다. 오래된 비자금 장부는 존재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 A씨는 14일 “성 전 회장은 통상 쓰는 메모도 비서 등이 볼까봐 사무실에 있는 파쇄기에 자주 갈았을 정도로 조심스러워했다”며 “별도로 (돈과 관련된) 장부를 남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노트 작성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고 A씨는 전했다.

경남기업 전 임원 B씨는 “과거 검찰 수사를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던 것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나중에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기록은 절대 남기지 않았다. 기억력이 정말 좋아서 웬만한 건 본인이 직접 외우고, 비서실에도 쓸 데 없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또 “성 전 회장은 돈 심부름을 아랫사람들한테 시키지 않는다”며 “다만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모(52)씨의 경우 다른 직원과 성격이 다르고, 성 전 회장의 어머니와 친척이라 믿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력 인사들과의 회동은 약속 시점을 전후해 빠짐없이 정리했다. A씨는 “필요할 때마다 달력 등에 만날 사람과 시간, 장소 등을 적어놓는 걸 봤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일정 관리 차원에서 2개의 다리어리(달력)를 활용했다. A씨는 “달력 하나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또 하나는 수행비서에게 줘서 수시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포켓용 달력을 썼다”고 말했다. A씨는 “(컴퓨터는) 성 전 회장한테는 장식품이었다. 전혀 다루지 못했다. 휴대폰도 2G폰을 쓴 분”이라며 “돈 관련 장부가 있다면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를 앞두고 급히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평소 강조했던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 판단이 들자 ‘압박용’ 근거를 만들기 위해 자금 전달 내역을 서둘러 기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지역 정치인·공무원 등에게 밥을 사는 등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회삿돈 1000만∼2000만원씩을 가져가 썼다고 한다. A씨는 “회장이 2002년 비자금을 마련해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전달한 혐의로 2004년 재판받은 뒤에도 이 돈은 계속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지연·학연이 없어 인맥 쌓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며 “회사 경비 처리를 통해 부외자금 조성은 어렵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자원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검찰이) 정치자금 사용처에 대해 묻길래 (성 전 회장이) 회삿돈으로 몇 번 가져다 쓴 적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고 했다.

박세환 나성원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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