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선 집토끼 잡기 전쟁… 보수당 “상속세 폐지” vs 노동당 “부자 증세”

입력 2015-04-15 02:03

다음 달 7일 총선을 앞두고 영국이 경제 이슈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주요 공약을 두고 격돌하면서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B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엄이 조사한 결과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은 33%로 같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부유층 세금과 일자리 문제, 주택 정책 등 경제 관련 현안이 표심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캐머런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30만 가구에 할인된 가격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부동산 소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민주주의는 살아있으며 보수당은 노동자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색채를 강조한 공약들을 강조하면서 중산층 이상의 표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공약이 100만 파운드(약 16억원) 이하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당신이 일해서 얻은 집은 당신과 당신 가족의 소유”라면서 “보수당과 함께라면 세무 당국이 당신 집에 손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국민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민을 제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발표한 주택 마련 지원 공약도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게 주택을 살 기회를 주는 것은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탈퇴 역시 보수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EU가 영국의 정치적, 제도적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당은 총선에 승리할 경우 EU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노동당은 호화 부동산 소유자나 외국인 등 부유층에 세금을 더 걷겠다는 등 서민층을 공략하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송금주의 과세제는 최상위층 일부가 다른 (세금) 규정을 적용받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200년 동안 이어져 온 불가사의한 제도”라면서 외국인 부유층 면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는 12년 이상 영국에 체류한 외국인이 송금주의 과세자로 등록하고 연간 정해진 비용을 내면 과세를 면제하고 있다.

노동당은 현재 연간 9000파운드(약 1550만원)인 대학등록금 상한선을 3000파운드 낮추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영국 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2012년 3225파운드였던 연간 대학 등록금은 3배가 오른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 영국식 ‘열정페이’인 제로아워 고용 근절도 민심을 공략하는 핵심 공약이다. 제로아워 고용이란 최소한의 근무시간이나 임금 등 구체적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형태의 노동계약이다. 합법이지만 고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취업난을 악용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NHS)의 재정을 25억 파운드(약 4조146억원) 증액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밖에 보수당의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 수학 재교육 공약, 노동당의 은행권 보너스 과세 공약 등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