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로 야기된 ‘3000만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 전 회장의 의혹 제기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나부터 먼저 (검찰) 수사를 받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한 치의 부끄럼도 없느냐”고 묻자 “저는 한 나라의 국무총리다. 어떤 증거라도 좋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어 “총리 이전에 국회의원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명예가 있다. 근거 없는 (성 전 회장의) 메모 내지 진술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의 총리직 사퇴 주장을 일축한 발언이다.
이 총리는 대정부 질문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성 전 회장과 돈 거래는 없다”면서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물러나겠다. 한점 부끄러움 없이 40년 공직생활을 했다”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 총리 발언이 나오기 직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우리 당은 검찰이 총리부터 수사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총리) 본인도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총리부터 수사하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특검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이 총리와 여당이 ‘총리=성완종 게이트 첫 수사 대상자’ 결정을 내린 것은 목전에 닥친 4·29재보선에 대한 사건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수사가 정부 최고위직부터 시작돼 ‘성역이 없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고, 이 총리의 결백이 밝혀지면 더 빠르게 파문을 수습할 수 있다는 ‘다중포석’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재보선 꼬리자르기식(으로 총리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는) 결정을 한 게 섭섭하지 않으냐’는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의 질문에 “서운한 생각은 없으며 당연한 말씀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국정 2인자’인 이 총리는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초 돌발성 ‘부정부패 척결’ 대국민 담화 발표로 검찰 수사 드라이브를 걸던 당사자가 급작스레 이 수사의 피조사자 신분으로 급락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은 이 총리 본인을 넘어 박근혜정부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정부·여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채 총체적 난국에 빠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검찰은 ‘나부터 수사받겠다’는 이 총리 발언에 대해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간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정치권 논의나 언론의 문제제기에 귀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기본 역할이 수사이기 때문에 수사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창호 전웅빈 지호일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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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완구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입력 2015-04-15 02:32 수정 2015-04-15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