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총리 의혹’ 넘지 못하면 黨 무너진다… 절박감

입력 2015-04-15 02:16
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제기한 3000만원 수수 의혹에 대해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검찰에 이완구 국무총리부터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총리가 의혹의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정 개혁을 주도해야 할 총리가 국정의 걸림돌이 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권은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을 해결하지 않고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 ‘선(先) 이 총리 수사’ 카드로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여권의 의도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이 총리를 포함해 여권 고위 인사 8명의 실명이 적혀 있었지만 폭발력이 강한 이 총리 관련 의혹부터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여당의 수사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2002년 대선 당시의 ‘차떼기 파동’과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당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적 의혹을 탈탈 털어 해소해야 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부정부패·비리 연루자를 절대로 비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리를 퇴진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리를 지키게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져든 것도 여권이 ‘선(先) 이 총리 수사’를 요구한 배경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총리 거취를 결정하자는 게 현 단계의 유일한 해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도 아니다. 이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이 총리의 직무정지나 최소한 검찰·법무부 업무의 배제를 검토했으나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자체 결론에 도달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 자진사퇴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 총리 거취와 관련해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이 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 총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 총리가 도미노의 맨 앞에 서 있다”면서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다면 야당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 성 전 회장의 메모에 기재된 다른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조속히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 비서실장의 운영위 전체회의 출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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