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상시근무 100인 이상 사업장 2915곳의 노사단체협약에 대해 위법·불합리 사항을 일제 조사해 시정지도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정년퇴직자나 조합원 가족 등의 우선·특별채용 규정 등으로 현대판 ‘채용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일부 단협 조항이 주 타깃이다. 그러나 노조의 인사·경영 관련 동의 규정 등 일부 위법사항이 아닌 규정에까지 정부가 개선 지도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과도한 개입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우선·특별채용 조항 등의 문제 규정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협은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규정이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등의 평등원칙, 차별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말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시정 기회를 부여하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벌금부과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다만 상당수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해당하는 업무상 재해자의 자녀 등에 대한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사회적 정서 등을 고려해 위법으로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법하진 않으나 ‘과도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단협에 대해서도 시정 지도할 계획을 밝혔다. 인사·경영권과 관련해 노조의 동의나 합의를 구하도록 한 규정 등이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는 것이다.
권영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등 과도한 근로조건 보호로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지나친 인사·경영권 제약으로 인력 운용의 경직성을 담은 규정은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현장 지도를 적극 강화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4월 말 본격화될 노사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정부가 단협 내용 관련, 법적 조치 의사까지 밝힌 것은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범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올해 임단협 시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사전에 현장에서 적극 지도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퇴직자의 가족을 특별·우선채용하는 조항 등에 대해서는 노동계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부분이지만, 정부의 발표와 달리 이는 매우 일부에 해당한다”면서 “정부가 상당수 단협이 위법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임단협 일부 조항이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고 규정했는데, 이렇게 되면 기업은 대부분의 임금 근로조건 관련 조항을 과도한 침해라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노사 교섭을 앞두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은 경영계 목소리 들어주기밖에 아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현대판 음서제’ 기업 고용세습 막는다
입력 2015-04-15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