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연기’(로봇처럼 어색한 연기)의 장수원(35), 진지함과 ‘똘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강균성(34), 억울하고 매번 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캐릭터 유병재(27)까지…. 이른바 4차원 캐릭터를 갖고 있는 남자 연예인들이 예능판을 장악하고 있다.
1997년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였던 장수원이 ‘예능 대세’로 거듭난 과정은 독특하다. 2013년 9월 KBS 재연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 특별 출연한 그는 자신과 함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여성을 향해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고 말했다. 어색하고 분위기와 동떨어진 대사에 시청자들은 비아냥을 쏟아냈고 그는 앞으로 연기에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해 5월 MBC ‘라디오스타’ 출연 때 ‘로봇연기자’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특유의 담담한 모습을 선보였던 게 대중의 눈에 띄었다. ‘로봇연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면서 예능 무대를 두드렸고 tvN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의 주인공을 맡은 후 통신사 광고의 주인공까지 됐다. KBS ‘해피투게더’, MBC ‘무한도전’, ‘세바퀴’, SBS ‘정글의 법칙’ 등에 모두 출연 도장을 찍으며 가수보다 예능인으로 한 발짝 도약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그룹 노을의 멤버에서 팔색조 캐릭터로 변신한 강균성의 경우는 ‘때를 잘 타고 났다’는 평가가 많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순결 서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냈던 그는 단발 헤어스타일을 뽐내며 ‘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진지한 모습과 허를 찌르는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단발머리와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가 ‘트레이드마크’가 되면서 최근 한 화장품 회사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유병재의 가장 큰 매력 또한 ‘프로다운 모습 뒤에 숨겨진 찌질함’에 있다. tvN 코미디 ‘SNL코리아’의 한 코너 ‘극한직업’에서 수모를 당하는 연예인 매니저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그는 실제 작품을 쓴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새삼 주목을 받았다. 이후 케이블에서 지상파 예능에까지 차례로 얼굴을 내미는 ‘핫’한 예능인이 됐다. 최근 tvN에서 자신이 직접 글을 쓰고 출연도 하는 ‘초인시대’를 만들고 있다. 25살까지 첫 경험을 하지 못한 남자에게 주어지는 초능력을 이용해 팍팍한 청년들의 삶을 시원하게 해결해 가는 이야기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14일 “팍팍한 현실 속에서 이상적인 캐릭터보다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친근한 연예인들이 호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허를 찌르는 웃음, 상상을 초월하는 특이함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찌질한데 와 닿네! B급男, 예능 대세로 떴다
입력 2015-04-1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