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는 한국에만 부는 바람이 아니다. 해외 금융사들도 금융에 IT 기술을 결합해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는 다양한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 기업이 발달한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정부 지원 아래 핀테크 사업이 성장 중이다. 단순히 결제를 빠르게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 편의를 증진하고 수익기반 마련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은행은 IT 기술을 적용해 고객의 은행 업무 편의성을 높이고,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부터 ‘디지털 랩’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아이디어를 은행에 적용하는 방안을 테스트하는 조직이다. 웰스파고은행은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해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연간 최대 50만 달러를 투자한다.
그 결과 ‘텍스트 뱅킹’ ‘카드 디자인 스튜디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제 은행 업무에 적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텍스트 뱅킹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은행 잔액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정된 번호에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원하는 답을 문자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차량 안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인 점포의 본인확인 절차에 대한 고객 불만이 많아지자 고객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테스트 중이다.
미국의 지역은행들은 개인대출시장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P2P(peer-to-peer) 대출업체인 렌딩클럽과 제휴에 나섰다. P2P 대출은 본래 은행을 끼지 않는 개인 간 대출을 말하지만 렌딩클럽이 자사의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 차입자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은행들은 대출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협업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은행은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를 ‘속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핀테크 기술 적용의 초점을 빠른 결제와 빠른 거래에 맞추고 있는 것. 최근 일부 은행이 바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나서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비금융 협업 확산 트렌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기획] 핀테크, 빠른결제만 능사 아니다
입력 2015-04-15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