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충청 출신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 이 총리는 1950년 충남 청양에서, 성 전 회장은 이듬해 서산에서 태어났다. 성 전 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거대 기업을 일구고 국회의원에도 당선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충청권의 거물 정치인인 이 총리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2013년 4·24재선거로 국회에 다시 들어왔을 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이 의원회관 사무실도 몇 차례 다녀갔다고 한다. 이 총리 측 인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당선되고 ‘충청 맹주’로 뜨고 있을 때여서 충청 출신 의원들이 한 번씩은 인사를 왔었다”며 “성 전 회장도 여러 번 찾아왔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와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신경을 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충청권의 한 인사는 “성 전 회장은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마당발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다만 친분 정도에 있어선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측의 말이 엇갈린다. 이 총리는 대정부 질문을 통해 “(성 전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 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총리실도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두 사람은 19대 국회에서 1년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만든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 재직 당시 경남기업이 안면도 개발사업 입찰에서 탈락하자 성 전 회장이 충남도를 상대로 소송을 낸 악연도 있다. 이 총리 측은 이런 전력을 들어 “오히려 불편한 사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 전 회장 측 주장은 다르다. 성 전 회장과 가까웠던 박성호 장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저한테 ‘이완구는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나 섭섭하다’는 말을 누차 했다”며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모른다고 하는데 측근으로서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이 총리의 인사청문회 당시 언론 외압 녹취록 파문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지역 민심을 반전시켜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와 관계에 대해 “옛날에는 좀 그랬었지만(별로 안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갑자기 그렇게 하네요. 뻔히 보면 그 양반은 너무 욕심이 많다”고 토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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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