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그리스 신화에서 착안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식이 성장해 나가면서 아버지를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 정가에서 ‘가족 분열의 상징’이 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창설자 장 마리 르펜(87·오른쪽 사진) 명예대표와 그의 딸 마린 르펜(47·왼쪽) 현 대표 사이의 오랜 ‘오이디푸스적’ 갈등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르펜 명예대표는 13일(현지시간) 주간지인 르피가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최선의 후보자라고 생각하지만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12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최근 “(나치의) 가스실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의 소소한 일 가운데 하나”라는 망언을 되풀이해 당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인종차별적 극우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해 온 딸 르펜은 “아버지가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며 지지 철회로 맞섰다. 이후 부녀는 정계은퇴 공방을 벌여왔다.
르펜 명예대표가 2011년 딸에게 대표직을 물려줄 때만 해도 두 부녀간은 ‘완벽한 정치적 승계’로 비춰졌다. 하지만 딸이 당의 이미지 쇄신을 통한 ‘보통 정당화’를 선택하면서 둘 사이는 갈라졌다. 특히 르펜 대표는 아버지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정치적 과오”라고 선을 그어 왔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왕좌에 오른다. 이번에 아버지를 정치적으로 침몰시킨 르펜 대표가 향후 프랑스 정치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녀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을 프랑스 제1당으로 끌어올렸었다. 국민전선 지지자 중 90%도 아버지 르펜의 정계은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건희 기자
르펜 출마 포기 딸 못 이긴 아버지… 父망언에 당대표 딸 지지철회
입력 2015-04-15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