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산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전철을 이용해 갈 수 있는 데다 오래도록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은 경춘가도(46번 국도)에서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는 등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 가운데 의암댐∼등선폭포 코스가 인기다. 의암댐에서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2시간이면 족하다. 초입에서 깔딱고개에 오르면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깔딱고개에서 8부능선까지는 줄곧 암벽을 오르는 아찔한 등산길이다. 두 발로 걸어오던 길을 ‘네발’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곳곳에 밧줄, 발 디딤쇠, 철 계단 등이 설치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암릉을 오르며 의암호수와 건너편 드름산, 춘천시내를 조망하는 풍광은 장관이다. 에메랄드빛 호수 위 붕어섬은 금방이라도 물위로 튀어오를 듯하고 중도, 위도 등 섬들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한때 낚시꾼들의 로망이었던 붕어섬에 가득 들어선 태양광 집광판은 마치 비늘 같다.
고도를 높여갈수록 바위틈을 비집고 솟은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위에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족히 수백년은 버텼을 소나무들은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갓 터져나온 여린 신록과 호수와 봄꽃들이 ‘봄내’에서 경연을 벌인다. 험한 길 오르느라 힘들었던 순간을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다.
정상에서 등선폭포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흙길이다. 중간에 333개 돌계단을 지나 흥국사에 이르면 다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나오고 등산길 끝자락에 생경한 협곡이 눈앞을 가로막고 기이한 풍경을 풀어놓는다. 5억7000만∼25억년 전에 퇴적된 모래암석들이 굳어져 형성된 규암층이 오랜 세월 갈라지고 무너져 만들어진 U자형 협곡이다. 웅장한 바위골짜기를 따라 늘어선 선녀탕, 승학폭포, 등선(登仙)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연담은 층층마다 모양과 색을 달리한다. 깎아지른 듯 양쪽으로 쪼개진 절벽은 하늘벽을 이루고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손바닥만하다. 하산길은 1시간 남짓 걸린다.
삼악산에는 수천년의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쉰다. 곳곳에 흔적으로만 남은 삼악산성과 기와조각들을 보면 2000여년 전 춘천 우두벌을 근거지로 번성했던 고대 맥국(貊國)이 외세에 밀려 최후의 저항지로 삼악산에 산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등선폭포 일대는 군사들이 쌀을 씻었던 곳이라 하여 ‘시궁치’라 불렸고 아랫마을은 군사들이 옷을 말리던 곳이라고 의암(衣巖)이라 이름했다.
1100여년 전에는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과 일전을 벌였으나 중과부적으로 패한 뒤 패잔병을 이끌고 삼악산성으로 피신했다. 성안에서 국가부흥을 도모했으나 심복들에게 배신당하고 도피 중에 백성들에게 맞아죽었다고 전해진다.
춘천=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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