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조사 받는 이 총리, 국정수행 제대로 하겠나

입력 2015-04-15 02:34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면초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의원)이 자살 전 작성한 ‘금품수수 메모’에 그의 이름을 올린데 이어 2013년 4월 선거자금으로 3000만원을 건넸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망자의 주장만 있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는 없다. 이 총리로서는 야당의 총리직 사퇴 요구가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전 의원은 돈을 전달한 정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했다. 새누리당이 14일 ‘이 총리부터 빨리 수사’를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총리가 “나부터 수사 받겠다”고 응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총리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형사처벌 공소시효가 5년가량 남은 데다 수사기관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성역 없는 수사’의 본보기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총리가 총리 직위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직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에 출두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총리는 검찰 수사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야당이 검찰 조사 전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다.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국무총리는 헌법상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도 보장돼 있다. 대통령 유고시 국군통수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나라의 운명을 걸머진 자리다. 하지만 이 총리는 금품수수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을 받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이 총리는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각종 주문과 당부를 하는 모두발언은 국무회의의 필수 요소다. 자신이 사정(司正) 대상이 된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런 총리가 어떻게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 행정 각부를 통할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이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