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세계 ‘상생경영’ 한다더니…“전통시장 인근 SSM에선 신선식품 안 팔겠다” 약속 절반만 이행

입력 2015-04-15 03:24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명분으로 발표한 신선식품 철수 계획이 ‘반쪽 계획’에 그치고 있다. ‘신선식품을 팔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 4곳 중 2곳에서 여전히 신선식품을 팔고 있고, 시장 상인회와의 협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전통시장 지원방안의 하나로 서울 중곡제일시장 인근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에서 채소, 과일, 수산물 등 92개 품목의 신선식품을 철수했다.

또 전통시장 안에 있는 일산·면목·사당점에서도 해당 시장 상인회와 협의를 거쳐 연내에 추가로 신선식품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세계 측은 4곳에서 신선식품을 뺄 경우 연간 20%(40억원) 정도 매출이 감소하고, 연관 매출까지 감안하면 30% 정도 매출이 줄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10월에는 일산점에서 신선식품을 철수하며 관련 계획이 계속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곳에서는 계획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난 14일까지 신선식품을 팔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면목점의 경우 점포가 입점한 건물주가 신선식품 철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이런 사정을 설명해 해당 시장 상인회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당점과 관련해서도 “전통시장 상인연합회와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 신선식품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면목골목시장 상인회 측은 신세계가 실행 가능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철섭 상인회장은 “신선식품 철수는 우리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신세계가 먼저 발표해 협의를 진행하다가 에브리데이 입점 건물주 반대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우리 측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자고 신세계에 연락을 취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사당점 인근 남성시장 상인회는 관련 계획조차 모르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형성된 남성시장은 지난해 11월 동작구청으로부터 전통시장으로 인가받았다. 이재열 남성시장 상인회장은 “신세계나 전통시장 상인연합회 측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해당 시장 상인회를 배제하고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신세계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계획 발표를 서둘렀다가 암초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그전 해에 이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