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관 피습에 대사 소재도 파악 안한 외교부

입력 2015-04-15 02:34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이 지난 12일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은 직후 외교부는 리비아 대사가 인접국인 튀니지에 머물면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리비아 대사가 당시 국내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외교부는 이틀이 지난 14일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인사 발령에 따라 이달 1일 이미 귀임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리비아 주재 공관원 일부는 정정 불안으로 지난해 7월부터 튀니지로 임시 철수해 2주 간격으로 교대근무를 해 왔다.

어떤 조직이든 근무 상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물며 외교관 조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평소 근무 기강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리비아 대사는 귀국 다음 날인 2일 인사 부서에는 귀국 보고를 했으나 소속 지역국인 아중동국에는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대사의 소재지는 소속 부서가 2주 동안 몰라도 될 만큼 하찮은 일인가. 게다가 외교부는 공관 피습이라는 중차대한 일이 발생했는데도 대사와 연락 한 번 취하지 않은 채 ‘잘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 꼴이 됐다. 후임 대사는 13일에야 부임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무려 2주 동안이나 대사를 공석 상태로 두는 교체 절차도 이상하다.

사건 사고가 예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대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비상 상황 절차대로 대응하면 된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외교부는 응급조치 이후 대응 과정에서 현지 대사의 소재도 파악하지 않았고, 대사와 적절한 수습책을 논의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허술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외교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 외교관들은 미국 중국 유럽국 등 이른바 A급 지역만 선호하고, 그 지역에 가려고 애를 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이 느슨하다는 얘기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 한국 외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외교부는 좀 더 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