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국가현안 방치돼선 안된다

입력 2015-04-15 02:34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박근혜정부를 뿌리째 뒤흔드는 지경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인과 국무총리, 친박 인사들이 수사 대상자가 됐고, 2012년 대선자금까지 법의 심판대에 오를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범위가 무제한’이라고 밝혀 야당으로 불똥이 튀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렇듯 현 정부 실세들에게 구명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기업인이자 정치인의 메모와 통화 내용으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망자(亡者)가 남긴 리스트에 여야의 관심이 쏠리면서 국정은 거의 멈춰버렸다. ‘성완종 파장’이 블랙홀처럼 모든 국가적 현안들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검찰이 단시간 내에 수사 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할 때마다 특검 도입을 요구하던 야당도 이번엔 특검을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은 하나하나 해나가는 게 맞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산적한 국정과제들을 풀어가는 데 여야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여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이 리스트에 올라 정부와 청와대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야가 14일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아베 정부의 독도 영유권 침탈 및 고대사 왜곡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건 긍정적이다.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들어간 나랏돈이 지난해까지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야는 합의한 대로 내달 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경제 활성화 및 민생 살리기와 관련된 법안 처리도 주요 과제다. 서비스발전법과 관광진흥법 등을 4월 임시국회에서 차질 없이 처리해야겠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했지만 저성장과 디플레 공포는 여전하고, 수출 전선도 아직 맑지 않다. 아울러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을 더 이상 표류시켜선 안 된다. 청문회를 하루 더 갖자는 야당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인준 절차를 서둘러 대법관 공석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검찰은 해외 자원개발사업 비리 수사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지만 한국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비리는 없는지 면밀히 조사해 비리가 드러나면 책임자를 엄벌하는 게 정도다. 정부는 난관에 봉착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