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힘든 일 있어… 잘 넘기면 좋은 날 올거야”… 장재근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장

입력 2015-04-15 02:22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장재근 순찰팀장이 지난 11일 마포대교 위 ‘생명의 전화’ 앞에서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장재근 팀장 제공

한 여학생이 아무도 없는 다리 위에서 난간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채였다. ‘학교에 갈 시간인데, 무슨 일일까.’ 2일 오전 9시30분쯤 야근을 마친 뒤 자전거를 타고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 퇴근하던 장재근(사진)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순찰팀장이 멈춰 섰다.

“무슨 일로 왔니?” 물었지만 여학생은 답이 없었다. 신분증을 보여준 뒤 옆 벤치에 함께 앉았다. “나도 학생만한 딸이 있어. 어제도 한 학생이 여기 서있길래 달래서 부모님께 보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학생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경기지역의 한 고등학교 3학년인 A양(18)은 성적이 부모 기대에 못 미치자 낙심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이곳을 찾은 거였다. 63빌딩이나 여의도도 몰랐다. 그냥 인터넷에서 마포대교를 찾은 뒤 여의나루역에 내려서 걸어왔다고 했다.

장 팀장은 1일에도 한 남학생을 구했다. “마포대교 난간에 기대서서 우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가보니 고3 B군(17)이 있었다. 체육학과에 진학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반대해 갈등을 겪다 이곳을 찾은 참이었다. 장 팀장은 “아버지도 네 미래를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니 아버지와 담임선생님, 너 이렇게 3명이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봐”라고 당부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B군은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아빠를 설득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장 팀장은 이 문자메시지를 A양에게 보여줬다. 이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있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면 좋은 날이 온다”고 위로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A양에게 자전거 배낭에 있던 초콜릿을 꺼내 줬다. 아침도 먹지 않았다고 해서였다. 초콜릿을 들고만 있던 A양은 장 팀장이 먼저 다른 초콜릿을 베어 물자 이내 한 입 먹었다고 한다. 순찰차를 불러 태워 보내는 장 팀장에게 A양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고마워요.”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소중한 생명을 구한 장 팀장은 14일 “새 학기 직후인 3∼4월에는 어린 학생들이 마포대교를 찾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고3 학생들은 무신경한 말에도 큰 상처를 받거나 근심에 빠져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