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4월은 가장 화사한 달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만 없다면 5월을 제치고 계절의 여왕 자리에 오르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골골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이다.
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 축제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매화, 산수유가 지면 봄꽃의 최강자, 벚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꽃 축제의 대명사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를 비롯해 경주, 화개장터, 구례 섬진강변, 목포 유달산, 강릉 경포대, 서울 여의도와 석촌호수, 김제 모악산, 충북 청풍호반, 팔공산 등 벚꽃축제가 열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벚나무를 가로수로 가장 많이 심은 결과다.
이전에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봄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이 두 꽃은 ‘고향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였다. 조선 전기의 문인 정극인은 ‘상춘곡(賞春曲)’에서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는 모습을 보며 “칼로 오려냈나 붓으로 그려냈나 조물주의 신비로운 능력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고 봄을 노래했다. 벚꽃 다음은 진달래와 튤립, 철쭉 축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고 했다. 잠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즐거워야 할 봄꽃축제마당은 고생길이 되기 일쑤다. “꽃은 못 보고 사람 뒤통수만 보고 간다”고 푸념하는 상춘객이 허다하다. 벚꽃 축제 때만 되면 여의도 윤중로는 어김없이 무법천지로 변한다. 도로는 불법주차한 차들과 무허가 상인, 쓰레기로 가득하다. 여의도 벚꽃 축제 뒤 나오는 쓰레기 양만 10t에 이른다고 한다. 축제라고 하기가 민망하다.
시민의식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력을 추가 배치해 쓰레기만이라도 바로바로 수거해간다면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봄꽃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 주최 측의 무성의도 아쉽다. 내년부턴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축제가 됐으면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무질서 봄꽃 축제
입력 2015-04-1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