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 마린스키, 홈페이지 통해 공식 발표

입력 2015-04-15 03:31

발레리노 김기민(23·사진)이 232년 전통의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14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민과 또 다른 발레리노 티무르 아스케로프를 프린시펄(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아시아인이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처음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에서 강수진, 강효정 등이 수석발레리나로 있었거나 활약 중이지만 수석발레리노는 김기민이 최초다.

1783년 설립된 마린스키발레단은 러시아를 클래식 발레의 본고장으로 자리 잡게 만든 명문 발레단이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라바야데르’ 등 주옥같은 발레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마린스키발레단은 러시아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자산으로 꼽히는 한편 외국 무용수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발레단의 아시아 무용수는 1995년 입단, 2010년 솔리스트로 은퇴한 한국인 발레리나 유지연이 유일했다. 김기민은 2011년 아시아 남자 무용수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에 들어갔다.

‘발레 신동’으로 불린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영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했다. 2009년 모스크바콩쿠르, 2010년 바르나콩쿠르 등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2009년 12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아 국내 직업 발레단 역사상 최연소(17세) 주역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2010년 11월 마린스키발레단이 내한했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는 블라디미르 바료자(마린스키 수석무용수 출신)가 발레단 예술감독에게 그를 추천했다. 이듬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특별 오디션을 치러 입단했으며 이후 다양한 작품의 주인공을 소화하며 승승장구했다.

수석무용수로 김기민이 처음 서는 무대는 오는 26일 마린스키발레단 간판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인 ‘세헤라자데’ 공연이다. 그가 맡은 황금노예는 유명 발레리노라면 한 번씩 거쳐야 하는 중요 역할이다. 김기민은 6월 초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라바야데르’에도 객원 무용수로 데뷔한다. 한국 발레리노가 ABT 무대 주역으로 서는 것 역시 처음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