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입력 2015-04-15 02:20

“우리 결혼했어요. 오늘 혼인신고했어요.” 얼마 전 그녀로부터 온 문자다. 내가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게 10년 전이니까, 그들이 함께한 지는 그보다 오래되었을 것이다.

3년 차 잡지기자였을 때 나는 사무실 주변을 심심찮게 돌아다녔다. 그때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한 정보가 아니라 우연처럼 뜻밖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을 만난 이유기도 했다.

그들을 만난 곳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주택가였다. 그들의 첫 번째 작업실로, 반지하로 통하는 좁다란 계단이 있었다. 밖에서도 엿볼 수 있는 구조로 천천히 길을 걷다 보면 비슷하게 단발머리를 한 그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만든 인형과 사진을 둘러봐도 되냐 물었다. 그들은 그런 일이 자주 있는지 반가워하지도 않았고 경계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좁은 공간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보기 좋았다.

그것이 인연이 돼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우리는 가끔 안부 메일을 주고받았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했다. 그들은 연인이면서 함께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소울메이트였다. 이처럼 닮은꼴인 두 사람은 친구가 드물었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늘 열중했다. 몇 해 전 겨울 그들의 작업실에 초대받아 함께 연말 기분을 즐겼고 다음해 봄에는 그들이 나의 집에 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함께한 지 10년이 넘어갈 즈음 언제고 결혼이란 걸 하게 되면 소식을 전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결혼했고 나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집과 편지로 축하했다. “싼마오라는 작가는 사하라 사막에서 살기로 하고 그곳에서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만 했어요. 그때 그녀가 이런 말을 해요.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결혼식을 했다. 내겐 두 사람의 결혼식이 그러네요. 지금처럼 계속 살아줘요.”

어디서든 소중한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애틋한지 모른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이 너무 쉬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곽효정(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