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사랑과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 앞에서 안장수(44)씨가 빅이슈 잡지를 들고 힘차게 외치고 있다. 자신이 노숙하던 그 자리, 자신과 같은 처지인 노숙인들 앞이다.
청소년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안씨는 어른이 되었어도 끈기가 없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몇 년 전부터 이곳에서 노숙을 해왔다. 그는 1년 전 빅이슈코리아 코디네이터의 설득으로 빅이슈를 팔고 있다. 안씨의 1차 목표는 임대아파트를 얻는 일이고 이후에는 환경미화원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빅이슈는 재능기부로 세계 10여국에서 발간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이 잡지를 노숙인들이 직접 팔게 하면서 자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빅판’이라고 불리는 판매원들이 잡지를 2500원에 사서 5000원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면 임대주택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66명의 ‘빅판’이 서울과 경기 지역 60여개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다.
종각역 11번 출구를 담당하는 이성용(37)씨는 “염전에서 일하다 월급을 받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 노숙생활을 하던 중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6개월간 일해 모은 돈으로 임대주택을 얻게 됐고, 이제 두 번째 목표인 자동차정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 7월 창간 때부터 현재까지 ‘빅판’으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판매원은 약 400명이다. 이 중 33명이 임대주택을 얻었고 15명은 취업에 성공했다. 실패와 좌절 끝에 거리로 내몰렸던 이들이 빅이슈를 통해 노숙인이란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노동이라는 디딤돌 위에 당당히 일어서서 생의 두 번째 걸음마를 떼며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이다.
반면 빅이슈 사무실을 찾는 노숙인 가운데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이 더 많다. 오랜 기간 좌절과 절망 속에서 자신을 놓아버렸던 홈리스들이 추위, 더위 속에 뭇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며 매일 대여섯 시간씩 거리에 서 있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빅이슈코리아 이선미 대외협력팀장은 “전국의 노숙인들이 자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전국 판매망을 구축하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지방에 계신 독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 구독을 신청하면 한 달에 두 번 빅이슈를 만나볼 수 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앵글속 세상] 노숙인 이름표 떼기… ‘빅이슈’로 희망을 찾는다
입력 2015-04-15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