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월, 신학기가 한 달여 지나가고 있다. 부푼 기대와 설렘의 한편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걱정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경남지역의 ‘학교폭력 117’ 전화 신고 건수가 최근 3년간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남 117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하루 평균 15건으로 처음 문을 연 2012년 하루 평균 20건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주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학교폭력이 이뤄지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창원의 모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어떤 학생이 동급생 뺨을 때리는 등 1년간이나 괴롭혀 온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피해자는 물론 많은 친구들이 이를 목격했음에도 어느 누구도 제지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 다른 목격자가 신고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두고 ‘방관자 효과’ ‘구경꾼 효과’라고 한다. 이를 범죄심리학에서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 한다. 유감스럽지만 우리 사회에도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워도 이를 말리려 하지 않고, 어린 학생이 불량한 행동을 하는데도 모른 척하는 등 제노비스 신드롬이 없지 않다.
미국에는 고객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갖는 직원들에게 수여하는 ‘프레드 상(賞)’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덴버라는 마을의 우체부 프레드는 자신이 우편물을 배달하는 고객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일해 큰 감동을 주었다. 고객의 귀가시간 등 일정을 미리 파악해 서비스하고, 어떤 집에 우편물이 쌓이면 도난당하지 않도록 우편물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주인이 돌아왔을 때 배달했다. 프레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 이상을 생각하고 이웃의 안전을 주인보다 더 생각한 우체부였다.
제노비스 신드롬처럼 ‘누군가가 신고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못 본 척해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 우체부 프레드처럼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고 지켜주는 사람이 많아져야만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행복한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학교폭력 없고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를 소망한다.
백승엽(경남지방경찰청장)
[기고-백승엽] ‘제노비스 신드롬’과 우체부 프레드
입력 2015-04-1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