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독일의 출판사 슈타이들은 13일(현지시간) 그가 거주지인 뤼벡시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27년 지금은 폴란드 그단스크로 불리는 단치히에서 태어난 그라스는 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함께 독일로 넘어왔고, 1959년 장편 소설 ‘양철북’을 출간해 단숨에 독일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자서전적 작품.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전쟁과 전후 시대 독일의 현실을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라스는 ‘개들의 시절’(1963) ‘국부마취’(1969) ‘넙치’(1977)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독일과 유럽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를 굳혔고, 1999년 전후 독일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라스는 독일의 양심을 대표하는 비판적 작가로도 유명했다. 정치적 행동과 사회적 발언을 피하지 않았다.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쳤고,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운동에도 나섰다.
그는 또 독일 국민들을 상대로 나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되풀이해서 강조해 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전쟁에 반대하고, 2012년 이스라엘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시를 발표하는 등 국제적인 반전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라스의 인생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일은 2006년 여름 회고록 ‘양파껍질을 벗기며’를 통해 2차 대전 당시 17세의 나이로 나치 친위대(SS)에서 복무한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려온 작가가 62년이나 지난 시점에 소년 시절의 나치 행적을 밝힌 것을 두고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그라스는 2002년 5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 타계
입력 2015-04-1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