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野 “사퇴 후 수사 받아야”-李 “소환 응할 것”

입력 2015-04-14 02:16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자료를 들고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의원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 사건을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고 맹비난했다. 구성찬 기자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13일 여야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이완구 국무총리를 상대로 화력을 집중했다. 이 총리는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식화된 이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구명 요청 관련 통화를 나눈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도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의 직무정지를 요청한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이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李 총리, 사퇴 거부=이 총리는 “이 사건의 국민적 파급과 걱정으로 미뤄볼 때 성역 없는 수사와 함께 한 점 의혹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어떤 사람도, 어떤 것도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한다면 총리도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소환 요청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확인되면 사퇴를 포함해 책임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용의 정도가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구명 로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22일쯤 고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전 회장이) 여러 억울한 점을 말하기에 억울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설명하라’는 원칙적인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리스트에) 왜 이름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섭섭함에 대한 토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 전 회장 관련 구명 요청을 충청권 여야 의원들에게서 전화와 구두로 받았다”며 “구두로 (요청한) 분들 중에는 야당 의원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총리는 법무부 장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사를 지휘·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정수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직에서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총리는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한 나라의 총리가 메모에 연유도 모르는 이름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절했다.

◇野, 성완종 친분-與, 특별사면 부각=야당은 성 전 회장이 1997년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이 총리가 원내부총무로 함께 근무한 경력을 들어 친분 관계도 따져 물었다. 이 총리는 “직접 만난 건 2003∼2004년쯤이고, 2013년 합당으로 19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결성한 충청포럼에 대해서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2006년 도지사 이후로 2013년과 2014년을 조사해보니 경남기업과 고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없다”며 “중앙선관위가 서류를 보관하고 있으니 확인해도 좋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푼도 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2012년 대선 당시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당에서 충남 명예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두세 차례 유세장에 갔지만 실제로는 투병 중이어서 지원 유세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충청포럼이 (이 총리를 돕기 위해) 수천 개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를 성 전 회장 중심으로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플래카드 관련 충청포럼이나 성 전 회장과 전화를 한 적도 없다”며 “필요하면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다가 표적이 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나는 대권에 가 있는 사람도,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닌 만큼 음해성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여당은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점을 부각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성 전 회장이 두 차례 수사와 처벌을 거친 후 상고심을 포기한 것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그 이후 사면한 것은 누가 봐도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또 ‘4월이 무슨 달인지 아느냐’는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질문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놔 본회의장에서 때아닌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이 총리를 향해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으냐”며 꾸짖기도 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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