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신경전까지 간 ‘빈볼’ 논란… 한화 이동걸 빈볼에 ‘벤치클리어링’

입력 2015-04-14 02:18
부산 사직구장에서 지난 12일 한화 이글스 이동걸이 5회말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에게 빈볼을 던지자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와 대치하는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빈볼(위협구) 논란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빈볼을 허용할 수 있는 야구의 ‘불문율’ 여부와 함께 빈볼을 누가 지시했느냐를 놓고 감정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 이동걸은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15로 크게 뒤진 5회말 황재균의 엉덩이를 향해 공을 던졌다. 공에 맞은 황재균이 화가 난 듯 이동걸을 쳐다보면서 마운드로 걸어갔고, 이동걸이 맞서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와 대치하는 ‘벤치클리어링’이 펼쳐졌다.

이를 놓고 야구계에선 ‘불문율’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졌다. 빈볼은 크게 앞선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대거나 도루를 하는 등 상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릴 때 생긴다. 이동걸은 롯데 황재균이 7-0으로 크게 앞서 있던 1회 도루를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빈볼을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경기가 시작된 직후인 1회에 벌어졌고, 타고투저 현상으로 경기 초반 5∼6점은 금방 뒤집힐 수 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경기 후 이종운 롯데 감독의 발언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감독은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팀 선수를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감독은 “김태균을 왜 6회에 교체했는가.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라며 “앞으로 우리 팀,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황재균을 향한 빈볼이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시라는 확신을 담은 말이었다. 빈볼을 놓고 이례적으로 상대 사령탑을 비난한 격이 됐다.

김 감독과 한화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화 관계자는 13일 “김 감독이 빈볼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 “이번 사건이 너무 소모적인 논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