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의 행보가 아리송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들에게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날부터 15차례나 직접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과 달리 다급할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리스트에 이 총리 이름을 언급하긴 했지만 성 전 회장은 그에게 돈을 줬다거나 액수, 날짜 등을 전혀 특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 측근들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두 대로 연속해서 전화를 걸었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은 전날인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리가 11일 오전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에게 12차례, 김진권(55) 태안군의원에게 3차례 전화해 ‘언론에 왜 그런 제보를 했느냐. 더 한 말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이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고 하자 이 총리는 “그럼 (성 전 회장과 얘기할 때) 또 누가 있었느냐”고 계속 질문했고 이 의장이 김 의원도 있었다고 하자 김 의원에게 전화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은 이 총리가 통화에서 “JP(김종필 전 총리), 홍문표 김태흠 의원한테서 성 전 회장을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먼저 내가 시작한 사건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성 전 회장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내가 시작한 사건’이란 언급은 지난달 그가 부정부패 척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콕 찍어 검찰에 주문한 걸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변인은 성 전 회장 최측근으로, 지난 8일 성 전 회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이 부의장, 김 의원 등과 배석했고 직후 40분 정도 네 명이 함께 얘기를 나눴다.
이 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전화 통화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친분 있는 지인들이라 전화했다”고 답했다. 또 “그런 보도를 보고도 친분 있는 분에게 전화를 안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섭섭해 한다는 분위기를 느꼈다 해서 총리 입장을 말씀 드렸다”고 했다. 또 “15차례 통화한 건 사실이 아니다. 여러 번 전화했는데 통화가 된 것은 딱 세 번”이라고 부연했다.
총리실도 “총리가 신문 보도를 보고 성 전 회장의 마지막 기자회견에 함께 있었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만 해명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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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4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