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 1학년생 A군은 13일 서울가정법원 106호에서 열린 청소년참여법정에서 범행을 반성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A군은 지난해 12월 오후 1시30분쯤 친구와 PC방에 가던 중 맥주를 실은 트럭을 발견했다. 친구에게 망을 보게 하고 맥주 3병을 훔쳤다. A군의 친구는 달아나던 중 자전거까지 훔치려 하다 경찰에 발각됐다. A군은 특수절도 등 혐의로 소년법정에 넘겨졌다. 한순간의 장난이라기엔 대가가 컸다.
서울가정법원 소년2단독 엄기표 판사는 A군 사건을 청소년참여법정으로 진행키로 했다.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피고인 심문에 참석하는 제도다.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대해 진행되며 피고인의 이행 과제까지 학생들이 정한다. 피고인이 과제를 이행하면 정식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한다. 청소년의 반성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큰 충격 없이 학교에 복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다.
A군은 법정에 부모님과 함께 출석했다. 빨간색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은 A군은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법정에는 남학생 4명, 여학생 4명으로 구성된 참여인단 8명이 참석했다. A군처럼 범행을 저질렀던 청소년 2명도 포함됐다.
심문은 A군의 평소 생활과 가족관계 및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 점 위주로 진행됐다. A군을 알지 못하는 다른 학교 교사가 1차 심문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궁금한 점을 서면으로 추가 질문했다. A군은 “삼형제 중 막내이고, 자동차를 좋아해 도장사가 되려 한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범행을 하지 않겠다. 다른 친구들이 물건을 훔치려고 하면 꼭 말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심문 후 참여인단 학생들은 회의를 거쳐 과제를 선정했다. A군이 자신의 장단점을 생각해본 후 B4 용지에 인생 설계도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게 하는 등의 과제가 선정됐다.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매일 집 냉장고에 남기게 하는 과제도 채택됐다. A군이 과제를 법원에 제출하면 담당 판사가 확인 후 종결 여부를 결정한다.
청소년참여법정은 2010년 실시된 이후 꾸준히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참여법정을 학생 피고인이 거부한 건은 69건으로 과제 이행 후 종결된 32건보다 많았다. 지난해는 거부가 29건, 정상 종결된 건이 86건으로 수치가 역전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서울가정법원 청소년참여법정] 또래들 통해… 법정의 청소년 다시 꿈꾸다
입력 2015-04-14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