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3월 한국 청년들의 실업률도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가 큰 폭 늘었는데도 일을 구하려는 청년 100명 중 11명 이상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대변한다. 게다가 현재 구조적 모순을 겪고 있는 한국은 중장기적으로는 거꾸로 심각한 노동 인력 감소에 시달리며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9000명(3.7%) 늘어난 44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통계를 낸 2004년 이래 가장 많았다.
산업분류 체계가 다소 바뀌어 정확한 비교는 되지 않지만 2003년 이전 통계까지 포함하면 1997년 12월(447만7000명) 이후 최대치다. 공장 자동화 등으로 더 이상 일자리를 늘리는데 기여하지 못해 ‘성장 없는 고용’의 대명사로 꼽혔던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외국 인력 활용 등으로 비용이 낮아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취업자는 2012년 36만8000명에서 지난해 41만8000명으로 늘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노동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들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일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고용이 늘었더라도 임금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청년 취업난은 오히려 심화되는 것도 고령화와 외국 인력 도입 증가 등에 따른 ‘값싼 일자리’ 고착화와 기업 간 이중구조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단순히 청년의 눈높이를 낮춘다고 해서 해결되기 힘든 정도의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등의 구조조정과 외국 인력 도입 문제 등을 포함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이런 모순에 허덕이는 한국은 조만간 닥쳐올 노동인력 감소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서 2010∼2040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5%가량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이 겹쳐지면서 한참 일할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 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후반 2%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20년대에는 1%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계부채와 함께 2017년부터 시작될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지목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제조업 취업자 ‘최대’ 청년들 실업률 ‘최악’… 한국 고용시장의 두 얼굴
입력 2015-04-14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