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백인 경관이 도망치는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살해하는 영상이 또다시 공개돼 경찰의 총기 남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05년 이후 10년간 경찰의 총격에 의한 사망사건은 수천건 발생했으나 기소된 인원은 54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오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총기 사망사건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 경찰 당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털사에서 발생한 흑인 용의자 총격사건의 영상을 12일 공개했다. 출동한 부보안관들의 선글라스에 부착된 ‘보디캠’(경관 몸에 부착된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으로 유족의 요구에 따라 공개됐다.
영상은 로버트 베이츠 예비역 부보안관이 사복경관에게 불법 총기를 팔려던 혐의를 받던 흑인 용의자 에릭 해리스(44)를 추격해 사살하는 장면이 담겼다. 베이츠가 도망치는 해리스를 따라잡아 몸싸움을 벌이고 제압하던 중 총성이 울렸고 “오 내가 그를 쐈어. 미안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전직 경관이자 현재 보험사 중역으로 일하며 부보안관 업무를 병행해 온 베이츠는 사건 당시 권총이 아닌 테이저 건(전기충격기)을 쥐고 있었던 것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하이오주 볼링그린주립대와의 공동조사 결과 2005년 이후 10년간 총기사건으로 기소된 대다수는 총격을 가한 경관의 범죄행위가 분명하거나 심각한 경우였지만 그럼에도 54명 중 21명이 무혐의 처분 또는 소송 취하 등으로 책임을 면했다고 보도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가해 경관의 다수는 백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흑인 등 유색인종이 압도적이었다.
경찰에 의한 총기 사망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데는 이처럼 경미한 처벌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 또는 무고한 시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가해 경관의 논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이를 재판부에서 대다수 ‘합리적’이라고 관행처럼 인정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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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 총격 사망 10년간 수천건… 기소된 54명 중 21명 무혐의·소취하
입력 2015-04-14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