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사회에 기댄 일반 4년제 대학(이하 대학)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체계가 무너지고, 가뜩이나 힘든 지방대는 고사하게 된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현재 2∼3년인 전문대 수업 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새누리당 박창식 의원 대표발의)을 두고 대학과 전문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문대 수업 연한 다양화’는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인 데다 인력 양성과 산업 수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는 정책 방향에도 부합해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문대들은 ‘4년제 전문대’라는 숙원을 풀 기회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구조개혁에 내몰린 대학들이 ‘설상가상’으로 취업률을 앞세운 전문대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문대도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해지는데,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수도권 전문대와 실용학과를 운영하는 지방대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전문대 측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종전 2년 과정으로는 제대로 교육·훈련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선박, 유아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수업 연한이라는 규제에 묶여 어려움을 겪는다는 논리다. 또한 대학들이 높은 등록금을 받으면서도 산업 현장과 괴리된 ‘불완전한 교육’으로 학생·학부모·기업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전문대는 정부가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차분하게 준비해 왔는데 대학들은 전혀 준비가 안돼 있어 ‘또 다른 스펙’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시대가 변하는데 낡은 전문대 규제는 청년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학들은 정부의 지방대 육성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법안이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전문대와 지방대는 그동안 경쟁관계였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점차 지방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또한 전문대가 학사학위를 남발하기 시작하면 직업교육은 전문대, 일반교육은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체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전문대에도 심화 과정을 허용하는 등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양보해 왔는데 무작정 4년제로 진입하려 하니 지방대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15일에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대학과 전문대 측이 토론회를 갖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기획] 4년제 전문대 관철 vs 저지, 날 선 대립… 수업 연한 다양화 추진 놓고 전문대·4년제 대학 맞서
입력 2015-04-1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