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이 마르고 있다. 인구 증가로 물 수요는 급증했는데 가뭄 등 이상기후로 물 공급이 이를 쫓아가지 못 하기 때문이다. 1970년 석유 파동이 발생했던 것처럼 이제는 ‘물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최대 34억명이 물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 40%가 심한 물 부족을 겪으며 강 유역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이나 연구소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머지않아 물 부족으로 인해 지구촌이 목말라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일 ‘강제 절수’ 명령을 내렸다. 지독한 가뭄이 4년째 이어지며 경제적 피해 규모가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물 사용량을 평소보다 25% 정도 줄이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가 보존하고 있는 물의 양은 13억8600만㎦로 추정된다. 그러나 바닷물 빙하 만년설 등을 제외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극히 일부인 1100만㎦ 정도에 불과하다. 인간이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물이 넉넉지 않다는 얘기다. 상황은 이런데 물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유엔은 20세기에 인구는 배로 증가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물은 6배나 늘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는 “수자원이 부도가 날 수 있다”며 “‘물 파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 1명이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은 1453㎥로 물 부족국가 기준인 1700㎥에 한참 못 미친다. 강수량은 풍부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DP)은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있고, 어린이들이 20초에 한 명씩 수인성 질병으로 숨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병균이 득실대는 물을 마시며 살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심각하다.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80%는 물과 관련돼 있고, 이로 인해 하루에 어린이 6000명 정도가 숨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피터 매코닉 국제물관리연구소(IWMI)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막이 많은 중동·북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 국가가 ‘절대적 물 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며 “일부 국가는 물 부족으로 해외에 농지를 임차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이런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중·일 3국은 13일 ‘물 문제 대응을 위한 수자원 정책 혁신’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각국의 수자원 정책을 공유해 물 안보를 강화하고, 3국의 성과를 다른 개도국에도 전파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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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구촌 ‘물 파동’ 덮친다… 2025년 34억명 마실 물 없어 고통
입력 2015-04-14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