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돈을 빌려줄 때마다 ‘제때 돈을 받을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 담보를 잡거나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고안하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최근엔 ‘인성평가’를 활용해 개인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평가는 간단하다. 대출 요청자에게 ‘당신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당신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하게 하면 된다. 10∼20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응답을 완료하면 각 평가사가 대출 요청자의 평소 취향이나 습관 등을 분석해 미래의 채무상환 의지를 파악한다.
주로 영국 비주얼디엔에이(VisualDNA)사와 미국 EFL사의 평가지가 이용된다. 비주얼디엔에이는 질문을 통해 대출 요청자 특성을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 등으로 분류하고, 과거 상습 연체자를 분석한 결과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한다. EFL은 사업수완, 지능, 정직성, 성품 등을 평가해 성공한 사업가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분석한 결과 등과 비교한다.
결과는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비주얼디엔에이사의 인성평가를 활용해 15만명에게 대출을 실행한 결과 부실률이 23%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EFL사 방식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BTPN은행은 소액대출 부실률이 31% 줄었다. 현재 비주얼디엔에이 모델은 터키, 영국, 러시아, 남아공 등 6개 국가 은행·카드사에서, EFL 방식은 27개 신흥국 금융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성평가 방식은 금융권 거래 이력이 없어 신용정보가 없는 대출고객도 담보 없이 대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한국도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KB금융경영연구소 김회민 연구원은 “한국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적극 개발, 도입해 서민층 대상 여신사업 확대와 신규고객 발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비즈카페] 외국 은행 “대출고객 인성평가 효과 있네”
입력 2015-04-14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