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조사 내용이나 세부 사항 등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도, 알아보지도 않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그렇게 천명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야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들이 그나마 신뢰할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대상에는 이번 정권의 최고 실세들이 포함돼 있다. 수사가 진전되면서 또 다른 실세를 조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있는 그대로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발생한 대형 정치적 사건 때마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이 뒤따르고,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번 수사의 진전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게 여당 대선후보의 경선 자금, 대선 자금을 건드려야 할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사와 관련한 사항을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순간 똑똑한 검사들은 본능적으로 그 의도를 알아챈다. 그러면 압력이 되고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의 검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요 보직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때 임명된 사람들이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 검찰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했거나 쥐고 있는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총리도 조사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청와대가 수사 경과보고도 받지 않고, 전혀 알아보지도 않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는 엄정한 대처”를 검찰에 주문했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비리가 드러나면 측근이든 누구든 예외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특검 주장이 나오는 분위기를 잘 살펴봐야 한다. 검찰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고, 정치적 외풍까지 더해지면 정권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아닌가. 이번 사태는 이미 대형 정치적 스캔들이 돼버렸다. 청와대나 여야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 수사 성패의 관건이 됐다는 뜻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도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검찰이 파헤치고자 한다면 범죄 정보가 팩트가 되고, 아니면 덮어진다. 누누이 설명하지 않아도 검찰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라는 비판이 나와도 하고자 한다면 하는 게 검찰 수사 방식이다. 검찰은 항상 ‘비리를 보고 수사하는 것이지 사람을 보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경남기업 수사도 그렇게 얘기했다. 배고프면 밥 먹는다는 것처럼 당연한 말이다. 특별수사팀은 이 말을 실천하기 바란다. 부끄러운 대한민국 검사상(像)이라는 말이 또다시 나와서야 되겠는가.
[사설] 박 대통령,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 공개 천명해야
입력 2015-04-14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