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김모씨는 집으로 온 편지를 열고 깜짝 놀랐다. 편지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 문제는 글씨가 빨간색이라는 것, 그리고 발신인이 1년 전 자신을 폭행해 입건된 박모(45)씨라는 점이었다. 박씨는 재판 끝에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지만 김씨 주소를 입수해 이 편지를 보냈다. 김씨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재판에서 증언대에 섰던 다른 폭행 피해자 4명도 똑같이 빨간 글씨의 입춘대길 편지를 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하겠다’는 의도로 편지를 보냈다고 보고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박씨는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 “봄을 맞이해 김씨 등에게 선의로 보냈다”고 항변했다. 편지에 보복을 예고하거나 협박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며 김씨 등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편지를 본 순간 생명 신체 등에 해악을 가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며 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박씨가 소송기록을 열람해 얻은 김씨 등의 주소를 악용한 점을 들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도 13일 “협박성이 인정된다”며 박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럼에도 아직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빨간 글씨 ‘立春大吉’ 선의? 협박?… 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 보내
입력 2015-04-14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