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전 청와대 비서실장들이 연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된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은 관련 수사가 진행될 경우 전폭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뜻도 강하게 밝히고 있다.
검찰이 이번 의혹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앞둔 만큼 이들에 대한 서면 또는 직접 조사 역시 불가피하다. 직접적인 액수가 언급되지 않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달리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의 경우 검찰에 직접 출두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시절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던 김기춘 전 실장은 전에 없는 적극 해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3일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돈 문제에 관한 한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제가 누명을 쓰고 명예가 훼손됐다. 너무나 억울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과 상대해서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이 매우 곤혹스럽기 짝이 없지만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평소와 달리 격정적인 톤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10만 달러(2006년 9월 26일)’이라고 적힌 성 전 회장 리스트에 대해 “당시 출국 직전인 9월 21일 제 통장에서 5000유로를 바꾼 환전 기록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10만 달러나 받았다면 제가 제 돈으로 환전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법사위원장으로 소추위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노무현정부 하에서 아무 영향력이 없는 야당 위원이었고 성 전 회장이 이용할 만한 가치도 없었는데 무엇 때문에 저에게 거금의 여비를 줬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제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자제해 왔지만 너무나 억울하다”며 “검찰이든 특검이든 어디든 당당하게 협조해서 누명을 벗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열 전 실장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저의 협조가 필요하면 주저할 것 없이 아주 성실하게 성의를 갖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자신에게 7억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그런 금품 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청와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던 이병기 실장은 현재 통상 업무를 그대로 수행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별다른 동요 없이 평소 업무에 임하고 회의도 정상적으로 주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앞서 “성 전 회장이 도와 달라며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성 전 회장에게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 사실을 명백히 밝히는 게 좋겠다고 했고, 검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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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4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