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전 대책은 선언적이다.”
조원철(사진)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안전 대책을 혹평했다. 실질적인 생존 교육을 해야 하는데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만난 조 교수는 밀려드는 안전 관련 문의로 분주했다. 한국방재안전학회 고문이며 재난 방지·대응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4월 16일 직후에도 여러 기관의 문의가 쇄도했지만 당시에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있어서였다. 조 교수의 어머니는 1983년 9월 1일 뉴욕을 출발해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사할린 근처 모네론섬 부근 상공에서 소련의 전투기에 격추당해 추락했다.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조 교수는 또 다른 세월호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방재 안전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비상대응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가장 많이 주목한 부분은 현장 관리지만 정작 정부는 현장을 잘 모른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현장이고, 그들이 있는 동네 커뮤니티의 방재 역량을 키워야 한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중앙부처는 지시가 아닌 지원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인터뷰 도중 바지 주머니에서 노란 비닐봉지를 꺼냈다.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간이 산소마스크’다. 한번 입으로 불더니 입에 갖다댔다. “지하철이나 건물 등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1g도 안 되는 이 봉지가 당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안전은 ‘습관’임을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예방’을 역설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예방은 빠져 있다. 손해를 막는다는 개념에서 투자해야 한다. 오늘의 의미는 어제를 바탕으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내일을 준비하는 데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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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4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