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스피스 ‘그린재킷’ 우즈 후계자 예약… ‘명인들 열전’ 마스터스 정상 차지

입력 2015-04-14 02:26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가 타이거 우즈(40·미국)를 제치고 새로운 ‘골프황제’로 군림했지만 미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바로 국적 탓이다. 유럽투어에서 주로 활약하다 가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얼굴을 내미는 매킬로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진정한 우즈의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조던 스피스(22·미국)가 있기 때문이다.

◇조던 스피스, 우즈의 후계자인가=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명인들의 열전’ 제79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우승상금 18만 달러)에서 우승한 스피스는 ‘우즈의 후계자’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만 21세 8개월 만에 마스터스 우승자가 착용하는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그는 1997년 21세 4개월 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우즈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컵을 안았다. 그의 우승 기록 18언더파 270타는 97년 우즈의 마스터스 최저타와 타이다. 게다가 스피스는 우즈가 해내지 못한 와이어 투 와이어(전 라운드 1위)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그동안 4차례 있었고 76년 레이먼드 플로이드(미국)가 마지막이었다. 무려 39년 만의 재현이다. 이쯤 되면 스피스의 천재성은 우즈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이날 세계랭킹에서도 스피스는 매킬로이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르며 우즈보다 어린 나이에 더 높은 순위에 마크됐다.

마스터스 첫 승은 우즈가 더 어린 나이에 했지만 PGA 투어 첫 승은 스피스가 빠르다. 스피스는 프로데뷔 첫 해인 2013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만 19세 11개월로 PGA 투어에서 82년 만에 만 20세가 되지 않은 나이로 최연소 정상에 오르는 신기원을 썼다. 우즈는 96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스피스보다 늦은 20세 10개월 만에 프로 첫 우승을 맛봤다.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공통점이 있다. 스피스는 US 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안았다. 이 대회에서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스피스와 우즈(3승)가 유일하다. 아마추어 시절 PGA 투어 대회에 생애 첫발을 들여놓은 나이도 만 16세로 우즈와 같다.

◇조던 스피스, 그는 누구인가=스피스에 대한 동료 선수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세계랭킹 3위로 밀려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젊은이의 어깨 위에 노회한 머리를 소유했다”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플레이를 하는 스피스를 극찬했다. 통산 4차례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남아공)도 “지금껏 본 젊은 친구 중 가장 균형 잡힌 선수”라며 칭찬했다.

그의 집은 부모가 대학에서 각각 야구와 농구선수로 활약한 스포츠 가족이다. 동생 스티븐은 명문 브라운 대학 농구선수로 스카우트 됐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고 스피스는 그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는 5년간 피아노를 쳤다. 18개월 때부터 어린이용 플라스틱 골프 클럽을 갖고 놀았던 그는 축구, 야구, 농구 등을 섭렵하며 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의 골프 재능을 엿본 부모는 스피스가 9세 때 정원 잔디를 짧게 잘라 칩 샷과 퍼팅 연습을 위한 골프 홀을 만들기도 했다.

스피스는 자폐증이 있는 11살 난 어린 여동생 엘리를 끔찍하게 아낀다. 엘리는 스피스가 젊은 나이에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스피스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엘리의 오빠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겸손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필 미켈슨(미국)은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부활의 조짐을 보인 우즈는 5언더파 공동 17위, 한국의 배상문(29)과 노승열(24·나이키골프)은 공동 33위, 공동 38위에 그쳤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