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폭풍성장 뒤엔 할인 공세… ‘엿장수 할인’에 항의 쏟아지기도

입력 2015-04-15 02:42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해 말 올해 수입차 시장이 전년대비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각 업체들의 전망치, 구매의사 관련 통계 조사 등을 종합한 수치였다. 젊은 소비층 증가, 중·소형차 라인업 확대,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경쟁 심화, 불투명한 경기회복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구매력 감소 등은 성장 장애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올 1∼3월 수입차 판매량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1분기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2.7%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대량 할인을 앞세운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수입차 상위 5개 업체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39.2%, 아우디 코리아 45.9%, 폭스바겐 코리아 30.0%, 포드 코리아 19.6% 각각 증가했다. 상위 5개 수입차업체 중 BMW 코리아만이 0.6% 감소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할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일부 업체들은 1∼3월 10∼20%의 파격적인 할인을 실시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10% 할인이면 손익분기점이고, 10% 이상 할인은 딜러사가 밑지고 파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수입차 시장은 할인을 하더라도 직접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사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며 “주요 브랜드들이 1∼3월 10∼20%의 할인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지난달 대표적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 세단 A6을 15∼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신 모델 출시에 대비한 구형 모델 할인 성격이 짙었지만, 예상외로 할인 폭이 컸다는 게 업계 내부의 평가다. BMW나 폭스바겐 역시 상당한 폭의 할인을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BMW가 1, 2월 수입차 업체 1위 자리를 연속으로 잃었다”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BMW 관계자는 “공식적인 할인은 무이자 프로그램 정도였다”며 “판매 현장에서 일부 할인이 있었을 수 있으나 공식적인 할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유럽 수입차 업체들이 유럽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배기가스 기준 유로5 적용모델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재고떨이에 나섰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됐다. 폭스바겐의 효자 상품인 티구안이나 대형 SUV 투아렉은 모두 유로5가 적용된 모델이다.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NOx)은 77%, 미세먼지는 50% 감축하는 내용의 유로6 기준은 유럽에서는 2013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은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3월까지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던 수입차 업체들은 이달 들어 할인 폭과 무이자 할인 등의 혜택을 줄였다. 이러다보니 일부 업체에는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수백만원씩 할인을 했다는데 왜 해주지 않느냐’는 게 항의의 골자다. 딜러사나 딜러에 따라 가격이 제멋대로다보니 수입차 업체들이 발표하는 자동차 가격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결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