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체제의 기원’ 저자 김학재 박사 “한국 정전체제 해소 위해 유엔과 반 총장이 역할해야”

입력 2015-04-14 02:45

김학재(39·사진) 베를린자유대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의 정전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엔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 박사는 지난달 출간한 ‘판문점 체제의 기원’(후마니타스) 저자로 이 책은 6·25전쟁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책이라는 평가 속에서 관련 학계의 집중적 조명을 받고 있다.

김 박사는 지난 9일 잠시 한국을 다녀가는 길에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반 총장이 유엔에 있을 때, 유엔이 한국의 정전협상에 대한 공식적인 해석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최소한 유엔 내 관련 자료라도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한국전쟁을 끝내놓고 그 이후 정전체제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방치한 상태로 60여년이 흘러왔다”면서 “특히 유엔은 한국전쟁 정전협상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데, 이 문제를 방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정부 시절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았으면서도 한반도 정전체제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못했다”면서 “현재의 정전체제가 이해당사국에 주는 이익이 크고 유엔이 워낙 거대해서 이슈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유엔을 통한 해결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나 세계는 한국전쟁을 잊었다”면서 “정전체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와 대화해야 하고, 세계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구사’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이 문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를 세계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백낙청의 ‘분단체제’나 박명림의 ‘53년 체제’란 개념을 우리끼리는 공유할 수 있겠지만 외국 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책에서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한국의 정전체제를 들여다보고, ‘제네바체제’나 ‘반둥체제’처럼 고유명사를 사용해 ‘판문점 체제’라고 명명한 것은 세계와 대화하기 위한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박사의 책은 한국의 정전체제가 국제사회의 자유주의 진영이 개입해서 만들어낸 평화기획이었다는 전제하에 자유주의 평화기획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됐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치밀하게 살핀다.

김 박사는 “정전문제를 다루는 데 내셔널 히스토리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서 “글로벌 히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느냐만 질문해 왔다”며 “우리가 왜 아직도 정전체제에서 살고 있느냐란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김남중·사진 최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