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가 지난 11일 개봉 6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007,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이후 한물간 줄 알았던 스파이물의 유례없는 흥행인데요. 관광명소인 빅벤, 특유의 신사적 억양 등 영국 문화의 맛깔스러운 표현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영화 내내 강조되는 맞춤 정장,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 구두와 장우산 등 영국 스타일 남성 패션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극 중 콜린 퍼스가 입고 나오는 더블코트, 태론 에거튼이 선호하는 옥스퍼드 구두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영화 속 킹스맨 양복점은 영국 런던의 헌츠맨 양복점이 배경입니다. 헌츠맨 양복점은 1849년에 세워져 1919년 지금의 새빌 로(Savile Row)에 입점했는데요. 새빌 로는 남성용 정장의 발상지로도 유명합니다. 새빌 로 스타일은 각진 어깨를 부각하고 주름 없이 깔끔한 재단으로 넓은 가슴을 강조합니다. 군복처럼 허리를 졸라매 남성의 실루엣을 살린 것이 특징이죠.
극 중 어린 첩보원 태론 애거튼은 스승인 콜린 퍼스에게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를 달라”고 합니다. 콜린 퍼스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데요. 브로그는 구두 가죽에 구멍을 뚫거나 박음질한 장식을 뜻합니다. 옥스퍼드는 끈으로 묶어서 신는 신발이고요.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는 깔끔하고 세련돼 정장과도 잘 어울립니다.
깔끔한 정장과 구두. 젊은 남성 사이에서 ‘킹스맨 스타일’은 큰 인기입니다. 국내 유명 제화업체의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 모델은 영화 개봉 전인 지난 1월에는 900켤레만 팔렸지만 영화 개봉 후인 2월에는 1300켤레, 3월에는 1900켤레가 나가며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됐습니다.
배우들이 사용하는 코 받침이 없는 뿔테안경, 바늘이 큰 손목시계, 지팡이처럼 사용되는 장우산, 금속제 만년필도 액세서리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패션이 영화에 소개되며 흥행과 문화전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죠.
한류 영화에도 한복, 버선, 부채 같은 ‘한국의 멋’을 알린다면 어떨까요? 무채색의 개량 한복과 장식이 없는 버선은 봄이나 여름에 입기에 참 멋스러운 옷입니다. 세계인들이 한복을 거론하며 “장식 없는 한복주세요”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 텐데 말이죠. 최근 할리우드에서 조명 받는 한류 영화에 우리의 것을 멋들어지게 소개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영국신사의 멋 물씬 나는 ‘킹스맨’, 흥행·문화수출 두 마리 토끼 잡았네!
입력 2015-04-14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