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볼품없는 김광석거리

입력 2015-04-14 02:10

김광석은 세상을 떠난 후 더 빛났다. 서울 대학로 통기타 가수였던 그는 사후에 ‘영원한 가객’으로 불리고 있다. 1964년 태어나 ‘동물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거쳐 96년 32세로 사망하기까지 솔로로 활동한 기간은 7년, 내놓은 정규 앨범은 4장이었다. 그러나 노래는 2007년 한 음악전문 웹진이 선정한 ‘한국의 대중음악 명반 25위’에 오를 만큼 사랑을 받았다.

그가 사망한 1월이면 거의 매년 추모 특집방송이 방영됐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갖는 한 팬카페는 회원 수가 1만명 정도다. 2009년 시작된 ‘김광석 다시 부르기’ 행사는 매년 전국 15개 도시에서 열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서른 즈음에’ ‘그날들’처럼 최근 그의 노래를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도 3편이나 된다. 작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 2008년 대학로에는 노래비가 세워졌고 2010년에 대구 대봉동에는 ‘김광석거리’가 만들어졌다. 대봉동은 그가 태어난 곳이다.

지난 토요일 김광석거리에 갔다. 그러나 팬 입장에서 가졌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방천시장과 맞닿아 있는 너비 3.5m, 길이 350m가량의 이곳엔 김광석 조각상과 작은 공연 무대를 제외하고는 그를 추념할 만한 변변한 것들이 없었다. 수백m 이어진 벽화에 김광석 얼굴 그림이나 노랫말을 써놓은 것이 전부였다. 딱히 볼 것이 없는 터라 방문객들도 20여분 둘러보고는 벽화를 배경으로 인증샷 찍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광석의 이름을 딴 길이라면 응당 그의 노래를 들을 만한 전용 공간이나 하모니카와 기타, 서적 등 그를 상징하는 물건을 모아놓은 장소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에 포함됐다고 한다. 한국 대표 관광지는 내·외국인들에게 꼭 가보기를 권하는 대한민국의 명소다. 담당자들이 현장에 한번 가봤는지 궁금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