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CM의 아이콘’ 주찬양선교단의 첫 앨범 발매 30주년을 맞아 ‘주찬양, 다시 부르기’ 콘서트가 열린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청년 CCM사역단체 빅콰이어가 경배와 찬양운동을 주도했던 중년 세대의 CCM을 재해석하는 공연이다. 안찬용(41) 빅콰이어 대표, 최덕신(53) 전 주찬양선교단 단장, 박정관(57) 문화연구원 ‘소금향’ 원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한 공연장에서 주찬양선교단이 CCM에 미친영향, CCM의 현 주소,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박 원장은 “주찬양선교단은 동시대 크리스천이 음악 안에서 호흡하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기독교 공연이 연간 0.1%도 안 된다. 다음 세대를 무대에 제대로 세우고 싶었다”고 기획 동기를 설명했다.
-주찬양선교단이 활동한 1981년∼97년 한국 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박 원장= 한국교회는 70년대 장년 중심으로 크게 부흥했다. 80년대 청년 중심으로 기독교세계관운동에 이어 경배와 찬양운동이 일어났다. 찬양 중심의 예배인 ‘경배와 찬양운동’은 예배갱신운동이자 문화 운동이었다. 주찬양선교단은 동시대 젊은이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보급했다. 87년 시작된 주찬양선교단의 주찬양캠프와 두란노 경배와 찬양 목요모임이 주요 흐름이다. 주찬양선교단은 부활절 칸타타 음악극 등 음악적 상상력의 폭을 넓혀줬다. 재조명해야한다.
△안 대표= 청소년기 교회에서 주찬양선교단의 악보집 3∼7집을 펼쳐놓고 ‘문학의 밤’ 찬양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신선했다. 93년 주찬양캠프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고 98년 결국 숭실대 CCM학과에 진학했다. 말하자면 ‘주찬양 키즈’다. 하하.
-경배와 찬양운동 이후 현재 교회 안에서는 찬송가, 복음성가, CCM이 다양하게 불려지고 있다, 큰 흐름을 형성한 주찬양선교단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최 전 단장= 친형(최유신 목사)이 군대에서 ‘주찬양’이라는 이름까지 정한 뒤 내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연습하려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교제하는 데 1시간 30분가량을 썼다. 누군가 ‘명색이 찬양팀인데 노래는 한곡 해야 하지 않냐’고 해 30분쯤 연습하곤 했다. 하나님 안에서 서로 뜨겁게 교제했다. 하나님은 그런 공동체적 사역에 기름 부으시는 것 같다.
-85년 첫 앨범은 어떻게 나왔는가.
△최 전 단장= 청소년 사역에 부르심을 받고 노래로 하나님 사랑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이다. 85년 1월 초 송명희 시인의 시를 보며 노래를 써내려갔다. 첫 노래 ‘그 이름’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주보 귀퉁이에 메모한 것이었다. 한달 사이에 주찬양 1집에 실린 11곡을 모두 만들었다. 30여년 사역에 300곡 못 미치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1집이 나온 뒤 서울 대학로 100석 규모 공간에서 3회 공연을 했는데 1000여 명이 왔다. 몇 개월 사이에 전국에 알려졌다. 음반은 매월 수 천 장씩 나가고, 서울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 ‘주찬양’이라는 간판을 건 음반가게가 생겼다. 94년 여름엔 국내 44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각 교회에 찬양팀이 비로소 생기기 시작했다. 연간 국내외 200여 차례 집회를 했다. 나는 주찬양선교단이 일종의 파라처치(Para-church, 폭넓은 개념의 선교단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로컬처치가 경배와 찬양운동을 수용함으로써 그 역할이 끝난 것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기독교 문화는 어떠한가.
△안 대표= 국내 연간 약 4만 개 공연이 진행되는 데 기독교 유료 공연은 내한 공연 1∼2개를 포함해 30 작품도 안 된다. 그나마 성공작을 찾기 어렵다.
△박 원장= 현재 국내 CCM 시장은 증발되다시피 됐다. 기독교 문화의 열기가 거의 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잠재력은 확산돼 있다. 또 한번의 개화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경배와 찬양운동을 이끈 젊은이들이 이제 교회 안에서 중장년이 됐다. 마침 교회 밖에서도 ‘7080’ 음악이 인기이고 ‘토토가’ 여파로 90년대 음악이 다시 불리고 있다.
△최 전 단장= 교회 음악은 강력한 복음과 영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역이 동반될 때 문화로 일어난다. 우리가 교회 밖 공연과 경쟁해선 안 된다. 우리의 공연은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사역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영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 초반 이혼 등 개인적인 일로 가족을 비롯해 CCM 사역자, 크리스천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죄송하고, 안타까웠다.
△안 대표= 교회 전반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좋은 기독교 공연에 대가 지불이 없으면 제작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 청년들도 국내만 사역지로 생각할 게 아니라 아시아 등 지경을 넓혀서 가면 좋겠다. 실제 숭실대 CCM학과 졸업생 중에는 외국에서 예배인도자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영적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공연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박 원장= 빅콰이어는 블랙가스펠, 화이트가스펠, 클래식 퓨전 등을 포괄하는 세팀으로 구성되고 각 팀마다 지휘자와 반주자가 다르다. 주찬양의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해낼 것이라고 본다. 형식은 주찬양선교단의 곡 리메이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창작성이 짙다. 이번 작업은 일종의 문화 전승 작업이다. 다음세대가 전 세대의 음악을 재창조하기 때문이다. 주찬양선교단 공연은 한국 교회만의 영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맘마미아’와 같은 창작 뮤지컬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최 전 단장= 박 원장 기대 크시다. 하하. 이번 공연에서 20대들이 도전 받았으면 좋겠다. 1집 ‘그 이름’을 낼 때 내 나이 스물넷이었다. 일은 청년들이 내는 것이다.
△안 대표= 빅콰이어는 KBS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5차례 콰이어를 했다. 그때 우리 CCM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음 세대가 전 세대의 유명곡을 통해 CCM의 세대교체를 이뤄가면 좋겠다. 과거 경험이 믹스(Mix)될 때 CCM의 확장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빅콰이어는 다음달 30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주찬양, 다시 부르기’라는 제목으로 정기공연을 한다(02-2608-7693).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주찬양선교단 첫 앨범 발매 30주년 기념 좌담] “80년대 경배·찬양운동처럼 시든 교회음악 꽃 피워야”
입력 2015-04-15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