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빗거리가 없다. 특히 외화의 경우, 과거에는 일본산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써서 문제가 되더니 요새는 외국어 그대로 음차(音借)해서, 그것도 제멋대로 표기하는 사례가 있어 지탄을 받곤 한다.
영화 제목이 말썽인 것은 수입·배급업자나 제작자들의 무식함 또는 무성의함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지, 이젠 도용(盜用)까지 나오는 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쳐보라. 이 제목으로 뜨는 영화는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가 주연하고 빅터 플레밍이 감독한 마거리트 미첼 원작의 고전 명작이 아니다. ‘김주호 감독, 차태현 주연의 시대극 코미디’다. 어떻게 그런 영화에 그 엄청난 고전과 똑같은 제목을 붙일 생각을 했을까.
이뿐이 아니다. 영화 ‘차이나타운’을 치면 1974년에 로만 폴란스키가 만든 잭 니콜슨 주연의 걸작 누아르가 아니라 ‘한준희 감독, 김혜수 주연’의 한국영화 소개로 도배가 된다. 또 영화는 아니지만 TV 드라마도 한몫 거든다. 제임스 딘의 명작 ‘자이언트’는 SBS, ‘에덴의 동쪽’은 MBC 드라마 제목이다. 딘이 지하에서 통탄할 노릇이다.
저작권 시효가 소멸돼 멋대로 도용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명색이 ‘예술 한다’는 사람들이 그런 몰염치, 파렴치한 짓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발 그만두라.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5) 영화제목 훔치기
입력 2015-04-1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