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선 출마 공식 선언… 美 대선전 불붙었다

입력 2015-04-13 03:11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2016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데다 공화당에서도 결정적인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대선 출사표를 기점으로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전이 사실상 막이 올랐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출마 선언과 동시에 선거캠페인 동영상을 공개하며, 중산층과 경제에 초점을 둔 정치철학을 강조했다. 이어 대선경선 초반 판세를 좌우할 풍향계가 될 아이오와·뉴햄프셔주 등에서 유세를 시작할 예정이다.

클린턴 전 장관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 내 선호도는 2007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5∼29일 민주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답한 사람과 ‘어느 정도 있다’고 답한 사람이 각각 59%와 28%였다.

같은 조사기관이 2007년 6월 실시한 설문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답한 사람은 44%, ‘어느 정도 있다’고 답한 사람은 35%였다.

퓨리서치센터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선호도를 따로 집계하지 않았지만,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는 이날 공화당 지지자들의 호감도를 30∼40% 정도로 추산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 “훌륭한 대통령(excellent president)이 될 것”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파나마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회동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경선 때 가공할 만한 후보였고, 본선 때에는 (나에 대한) 위대한 지지자였으며, (대선 승리 후에는) 탁월한 국무장관이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은 나의 친구”라고 지칭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권행보를 공식화하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직 시 추진한 외교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외교정책에 관한한 어떤 대화도 잘 다뤄나갈 능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현시점에서 클린턴이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라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가장 유망한 대권 주자다. 부시 전 주지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대권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16.8%로 공화당 잠재적 대권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현재 공화당 후보로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후보는 모두 2명으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다. 크루즈와 폴의 지지율은 RCP 여론조사에서 각각 8.7%로 공동 2위다.

정작 정치분석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공화당 잠룡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다. 이르면 1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그는 급속히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이고 젊다는 점이 강점이다. 출마를 선언할 경우 정치적 멘토이자 지지층이 겹치는 부시 전 주지사와의 관계 설정이 관심사다.

최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여론조사를 통해 가상대결을 벌인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지지율에서 공화당 유력후보인 젭 부시에 54%대 40%로 앞섰다. 다른 유력 후보인 테드 크루즈, 스콧 워커 등과의 지지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