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전방위 구명 전화를 한 사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인사들을 가리지 않고 구명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돼 “여권에서 대통령 빼고는 다 전화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번은 계속 서너 차례 걸려온 전화번호가 있어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전화를 했더니 성 전 회장이었다”며 “이야기 내용은 ‘억울하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계없는데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래서 ‘검찰에서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겠느냐. 변호사 대동하고 조사를 잘 받으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며 전화를 받은 시기에 대해서는 “사망하기 4, 5일 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 직후 측근 3명(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 김진권 전 태안군의장,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과 40분 정도 대화를 나누면서 ‘정권 실세’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측근들이 다음날 있을 영장실질심사에 대해 “여당 쪽에서 청와대에 ‘불구속 기소’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올렸으니 영장이 기각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성 전 회장은 “청와대 뜻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기권씨는 12일 서산의료원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이어 “그날 성 전 회장은 청와대와 이완구 총리, 여당 정치인들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고 피하는 데 대해 상당히 자괴감을 느껴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고인이 김종필 전 총리, 새누리당 김태흠 홍문표 의원을 통해 ‘검찰 수사를 불구속 상태에서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 총리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 총리는 전임 총리가 한 사건이라 내가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비슷한 구명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빈소에서 “성 전 회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고, 만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도 구명 전화가 갔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해명에서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고 했더니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화가 엄청 많이 왔다. 그런데 안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성 전 회장은 여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구명운동을 벌였으나 좌절되자 배신감에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기자, 서산=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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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3 03:57 수정 2015-04-13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