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칼을 뺐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자금과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자금 당시 검은돈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어디로 튈지는 예측불가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김진태 검찰총장도 “나오는 대로 끝까지 가라”고 말했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여야 정치권 모두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야권 등 정치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경우 정치권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파장에 휘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로선 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도덕성을 앞세운 정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드러났다.
박근혜정부의 전·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망라한 데다 친박(친박근혜) 주류 등 여권 최고위급 상당수가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오른 것 자체로도 위기다. 여권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규제개혁 등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굵직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검찰 수사에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4·29 재·보궐 선거뿐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또 성 전 회장은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어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행담도 개발 비리에 각각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뒤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가 야권으로 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개막한 제7차 세계 물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는 이번 파문을 조기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씻어 하루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친박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박 대통령 대선자금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향해선 직무 정지 등을 촉구했다.
김 총장은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구성하고 “한 점 머뭇거림 없이 원칙대로 가라”고 지시했다. 현 정부 3년차에 ‘살아 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특수수사통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팀장을 맡는다. 또 구본선 대구지검 서부지청장과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 검사 10명 안팎을 투입, 13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기존에 성 전 회장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사실상 수사팀에서 제외됐다.
김경택 지호일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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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3 03:37 수정 2015-04-13 09:36